오늘 머리 감다가 드라이기 콘센트가 갑자기 빠져서 바람 끊기길래 깜짝 놀랐어요. 근데 생각해보면 결혼식도 그래요. 평소엔 잘 돌아가던 것들이 그날만 이상하게 툭툭 끊기잖아요. 사회 멘트 한 줄이 비고, 음악 파일이 갑자기 안 열리고, 혼주 코사지가 어딨는지 증발하고요. 저도 그날 오전엔 멘탈이 쪼끔 흔들렸는데, 전날 밤에 ‘실수 방지 세팅’ 해둔 덕에 무난하게 넘어갔어요. 오늘은 제가 써먹고 주변에서도 효과 봤던 방법만 핵심으로 정리해볼게요. 읽다가 “이 정도까지 해야 해요?” 싶으면 딱 두 개만 골라서 바로 적용해봐요. 체감이 달라져요, 진짜로요.
1. 타임라인은 ‘역산+버퍼 15분’으로 짜요
- 역산으로 잡아요
- 본식 시작시간→입장 10분 전 대기→신랑신부 메컵 마감→가족 사진→하객 맞이 순으로 거꾸로 짜요. 역산하면 빠지는 블록이 안 생겨요.
- 버퍼 15분은 무조건 넣어요
- 교통, 엘리베이터, 사진 대기… 한 군데라도 밀려요. 각 구간마다 10~15분 여유를 끼워요. “우린 시간 칼같이 지켜요?” 하고 싶지만, 현실은 버퍼가 생명이라고 말해요.
- 시간표는 두 벌로 출력해요
- A4 한 장은 신랑·신부, 한 장은 진행 담당에게 줘요. 굵은 글씨로 ‘집합 시간’만 표시하면 누구나 알아봐요. 지금 구글 캘린더 열고 블록 나눠볼까요?
2. 사람마다 한 일만 하게 ‘역할표’로 고정해요
- 핵심 6역할을 박아요
- 총괄 1명(전화 허브), 사회 1명, 사진·영상 연락 창구 1명, 혼주+친척 케어 1명, 반지·부케 담당 1명, 축가·음향 창구 1명으로요. 한 사람이 두 세 개 들면 터져요.
- 10분 브리핑은 리허설 전 바로 해요
- “내가 이거, 당신은 저거”를 큰 소리로 말해요. 동선·신호(손 올리기, 눈짓)까지 합의하면 현장서 말이 줄어요.
- 체크 질문을 던져요
- “축가 MR 파일 누가 들고 있어요?”, “혼주 대기실 물·간식 누가 채워줘요?” 이렇게요. 질문이 많을수록 사고가 줄어요.
3. 음악·영상은 ‘3중 백업+현장 테스트’가 정답이에요
- 포맷을 단순하게 해요
- mp3 320kbps, mp4 H.264, 1080p로 맞춰요. 파일명은 01_입장.mp3, 02_축가.mp3처럼 번호로 정렬해요. 복잡하면 현장에서 멘트가 꼬여요.
- 3중 백업을 준비해요
- USB 두 개(각각 다른 브랜드), 클라우드 링크 오프라인 저장까지요. 사회자·총괄·음향 데스크가 각자 하나씩 들고 있으면 안전해요.
- 현장 리허설 때 30초만 틀어봐요
- 입장곡, 퇴장곡, 축가 MR을 실제 스피커로 들어요. 볼륨 클리핑, 시작 타이밍, 페이드아웃 길이를 바로 잡아요. “지금 귀찮은데요?” 지금 3분이면 본식 땐 30분을 아껴요.
4. 물품은 ‘박스 분리+스티커’로 잃어버림을 막아요
- 박스 3개로 쪼개요
- 세리머니 박스(반지, 부케 예비, 코사지, 주례 봉투), 뷰티 박스(핀, 스프레이, 테이프, 바늘실, 밴드), 스낵 박스(생수, 초콜릿, 빨대)로요. 박스마다 큰 스티커를 붙여요.
- 서류·돈 봉투는 투명 파일에 꽂아요
- 주례/사회/축가/연주/포토/영상/플라워/홀매니저 봉투를 라벨링해요. 실제 금액 적지 말고 “사회(완료)”처럼 체크 박스만 만들어요.
- ‘반지 책임자’ 한 명만 정해요
- 결혼반지는 무조건 한 명이만, 주머니 위치까지 정해요. “나중에 드릴게요” 하다가 진땀 빼는 경우 의외로 많아요. 혹시 지금 반지 어디 있는지 기억해요?
5. 벤더와는 ‘하나의 단톡방+하나의 큐시트’로 맞춰요
- 단톡방을 전날 오픈해요
- 사회·식장 매니저·포토·영상·음향·플라워·축가가 들어와요. 공지 고정 메시지에 시간표, 주소, 주차, 비상연락을 올려요. 메시지가 길면 핀 고정해요.
- 큐시트는 1페이지로 끝내요
- 시간, 이벤트, 음악, 담당자, 신호(손/멘트)를 표로 정리해요. “13:55 입장 대기, 13:57 입장곡 스타트, 사회 멘트 B안”처럼요.
- 변수를 미리 합의해요
- 주례 멘트 길어지면 축가 2절만, 축가 리허설 못 하면 앵콜 없음, 영상 끊기면 포토 슬라이드로 대체… 이렇게요. ‘혹시’가 오면 바로 B플랜으로 넘어가요.
6. 돌발은 ‘한 줄 매뉴얼’로 수습해요
- 지각·정체 발생해요
- 신랑 측 행렬이 늦으면: “가족 사진→식 후 촬영”으로 순서를 바꿔요. 사회가 “본식 후 가족촬영 안내” 멘트 한 줄만 추가해요.
- 의상·메이크업 이슈가 생겨요
- 드레스 끈 끊김: 바늘실·양면테이프로 임시 고정해요. 립 번짐: 면봉·파우더로 브러시 없이 톡톡해요. “완벽해야 해요?” 아니요, 사진에선 거의 안 보여요.
- 장비·정전·음향 문제예요
- 음악 안 나옴: 사회가 10초 잡담 멘트로 시간 벌고, 포토팀이 박수 유도해요. MR 대신 현장 합창으로 대체해도 분위기 살아요.
- 하객 변수(음주·아이 울음)예요
- 앞줄 아이가 우면 스태프가 간식·물로 자리만 조용히 옮겨요. 취객은 혼주 케어 담당이 홀 직원에게 바로 넘겨요. 정면 돌파보다 우회가 빨라요.
- 비상 연락 루틴을 정해요
- 문제 발생→총괄에게 1통→총괄이 해당 담당에게 1통. 모두에게 단체 전화 금지해요. 전화가 많아지면 사고가 커져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봐요. “지금 당장 3가지만 고르라면 뭘 할까요?” 저는 이렇게 추천해요. ① 역산 타임라인+버퍼 15분, ② 역할표 인쇄+10분 브리핑, ③ 음악·영상 3중 백업+현장 30초 테스트예요. 이 세 가지만 잡혀도 실수의 80%가 사라져요. 결혼식은 완벽보다 ‘예상 가능한 흐름’이 중요해요. 오늘 밤에 시간표 한 장 만들고, 내일은 역할표랑 큐시트 1페이지로 정리해요. 그리고 그다음 날엔 박스 3개만 채워요. 이렇게 순서대로 가면, 당일엔 웃으면서 “우리 잘 하고 있네요” 이 말이 저절로 나와요. 허술해 보여도 괜찮아요. 준비를 사람이 하고, 결혼식도 사람이 진행해요. 우리는 오늘부터 그 사람다운 준비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