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촬영 끝나고 파일 받았는데요, 처음엔 “와 예쁘다!” 하다가 확대를 딱 눌렀더니 제 눈 아래 다크서클, 신랑님 셔츠 구김, 뒤에 지나가던 파란 우산까지… 보이는 게 갑자기 너무 많더라고요 ㅋㅋ 그래서 리터칭을 요청하려고 하니 뭘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예전에 “대충 자연스럽게 해주세요”라고 했다가 제 광대가 갑자기 사라진 적도 있거든요… 오늘은 그런 낭패 막아보자고요. 제가 스튜디오·개인 포토그래퍼랑 주고받으며 정리한 “리터칭 요청 체크리스트”를 진짜 실전 위주로 풀어볼게요. 중간중간 “이건 우리 취향에 맞나?” 스스로 질문도 던져보세요!
1. 리터칭 범위와 ‘자연스러움 레벨’을 먼저 정해요
- □ 원하는 결과의 레벨: 살짝 보정(톤·잡티) / 표준 보정(피부·정리·약간의 체형) / 하이엔드(배경 정리·드레스 주름 제거·주요 라인 재정돈) 중 택해요
- □ 자연스러움 기준: 점·주근깨·보조개는 살릴지 지울지(추억 포인트면 남겨요)
- □ 피부 결: 뽀샤시 vs 피부결 살림(모공·윤광 유지) → 어느 쪽이 우리 스타일인가요?
- □ 체형 보정 한계: 어깨 라인 정리, 팔 살 정돈, 허리 라인은 “±몇 %” 수준으로 과하지 않게
- □ 헤어: 잔머리 정리 범위(헤어라인 유지/교정), 날림 머리 제거
- □ 복장: 드레스 주름, 지퍼·핀자국, 셔츠 구김, 넥타이 중심 맞춤 요청
2. 색·톤·분위기를 샘플로 박아두면 실패가 줄어요
- □ 레퍼런스 이미지 3–5장: 스튜디오 포트폴리오 중 정확히 그 톤을 골라 링크/파일로 전달해요
- □ 색감 키워드: “따뜻한 필름 톤”, “뉴트럴 화이트”, “하늘색은 살리고 피부는 노랗지 않게”처럼 구체 표현
- □ 피부톤 밸런스: 목·얼굴·손 색 맞추기, 신랑·신부 톤 차이 보정(회식 다음날 얼굴 붉음… 저였어요 ㅠ)
- □ 하이라이트·그림자: 드레스 디테일 살리기(하이라이트 날림 복원), 턱 밑 그림자 완화
- □ 배경 색 깨끗함: 벽면 누런색 제거, 지면 얼룩·전선·표지판 지우기
3. 셀렉과 수정 라운드 수, 마감일을 확실히 적어요
- □ 셀렉 방식: 작가 셀렉 vs 본인 셀렉(라이트룸 접속링크/콘택트시트) / 최종 보정 컷 수(예: 30컷)
- □ 수정 라운드: 1차 보정 → 피드백 → 최종(총 2라운드) 기본인지, 3라운드부터 추가요금인지
- □ 마감 캘린더: 고해상도 납품일, 앨범 디자이너 전달일, 인화소 마감을 역산해서 데드라인 확정
- □ 급한 컷 우선: 청첩장·감사장·SNS용 우선 5컷 D+3 납품 같은 현실 플랜
- □ 파일명 표기: 01_메인, 02_부케, 03_부모님컷처럼 우선순위 태그 달아서 전달하면 작가님도 편해요
4. 세부 요청 리스트를 ‘Must / Nice / No’로 나눠요
- □ Must(꼭): 여드름·멍 제거, 다크서클 완화, 치아 미백 1~2단계, 검은 옷 먼지 제거, 드레스 라인 매끈하게
- □ Nice(되면 좋음): 팔꿈치 톤 보정, 손가락 주름 완화, 배경 사람 흐림 처리, 반사판 눈빛 과한 하이라이트 조절
- □ No(하지 말 것): 얼굴 윤곽 과한 축소, 콧대 인위적 상승, 눈 크기 비대칭 교정 과도, 피부 플라스틱화
- □ 표정·시선: 눈 감은 컷 교체(합성 가능 여부), 치아 틈 보정 범위
- □ 액세서리: 베일·왕관 위치 미세 교정, 목걸이 중심 맞춤, 반지 광택 살리기
- □ 소품·꽃: 부케 색감 틀어짐(푸른 잎 과포화 → 자연 톤), 시들어 보이는 꽃잎 보정
5. 납품 규격·저작권·2차 사용을 미리 합의해요
- □ 파일 규격: 웹용 JPG sRGB 2048px 긴 변 + 인화용 JPG/TIFF(300dpi, sRGB/AdobeRGB)
- □ 원본(RAW) 제공 여부: 보통 미제공이 원칙이에요. 가능 시 비용·용도 제한 합의
- □ 인화·앨범: 4×6, 8×10, 11×14, A3 등 크롭 비율 맞춘 버전 필요 여부
- □ 워터마크: SNS용에만 적용/미적용 선택, 포토크레딧 표기 방식
- □ 저작권/초상권: 스튜디오 포트폴리오 사용 동의 범위, 비동의 시 대체금액 여부
- □ 보관 기간: 원본·보정본 백업 보관 기간과 재다운로드 가능 기간(6개월? 1년?) 확인
6. 커뮤니케이션 포맷을 정하면 피드백이 쉬워요
- □ 피드백 방식: PDF/구글문서에 스크린샷 붙여 번호별로 코멘트(예: #12 “왼쪽 어깨 라인 살짝만”)
- □ 모호어 금지: “자연스럽게” 대신 “잔머리는 남기고, 이마 라인은 손대지 말기”처럼 명확히
- □ 우선순위 표기: ★★★ = 필수, ★★ = 권장, ★ = 선택 → 라운드마다 5개 이하로 정리
- □ 예외 컷: 할머니와 찍은 감동 컷은 보정 최소화(주름=역사), 대신 색·노출만 정돈
- □ 테스트 컷: 대표 컷 2장 먼저 시범 보정 → 방향 합의 후 전체 진행(시간·비용 절약)
- □ 질문 템플릿: “이번 라운드에서 어디까지가 포함이고, 추가 비용은 컷당 얼마인가요?” 확인했나요?
리터칭은 “예뻐지기”보다 “그날의 기억을 망치지 않는 선에서 정리하기”가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한 번은 과한 보정으로 제가 아닌 사람 같았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이번엔 레퍼런스 3장+Must/Nice/No로 딱 정리했더니, 결과가 훨씬 제 얼굴 같았어요. 우리도 “어디를 왜 손대는지”를 문장으로 남기고, 마감·라운드·납품 규격까지 초반에 박아두면 서로 편하고 결과도 안정적이에요. 마지막 질문 남겨볼게요. 우리는 자연스러운 결점의 매력을 얼마나 남길 건가요? 이 답을 정하는 순간, 리터칭의 방향도 깔끔하게 정리돼요. 행복한 웨딩앨범 완성해요!